펠로우 에세이

해외리포트

캐나다의 아동수당 기수 : 22기
  • 작성자 : 정효영
  • 소속: KBS
  • 연수기관 :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주거, 소득, 교육수준 등 11개 지표로 OECD국가들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OECD 더 나은 삶 지수(OECD 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38개국 중 28위다. 안전, 정치참여, 교육, 주거, 취업률에서만 5점을 넘겼고, 대부분 형편없는 점수인데, 그중에서도 ‘친구나, 가족을 의지할 수 있느냐? 사회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는가?’를 묻는 community 항목의 점수가 자그마치 0.2점(10점 만점)이다. 1위인 뉴질랜드는 10점. 8위인 캐나다가 8점인데 비해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는 결과다.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사회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는가?’


아이들의 천국 캐나다

이곳에 와서야 캐나다로 아이와 아내를 보내고 기러기 아빠가 된 많은 선배들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캐나다는 아이들의 천국으로 어딜 가나 아이들을 배려한 시설, 제도들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길을 건너면 저 멀리서부터 차가 서고, 동네수영장, 관광지 입장료에도 패밀리 요금제가 있어서, 아이를 동반하면 저렴한 요금으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공원 놀이터, 도서관이 지천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을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천천히 버스에 올라도 누구하나 눈길 주는 이가 없다. 대학 강의실에도 아기띠를 메고 수업을 듣는 학생이 있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나조차도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아 그런 모습이 한국에서는 절대 없는 모습이었네'를 생각할 정도다. 그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또 아동수당이다.


캐나다 아동수당이란?


캐나다의 아동수당(CCB/Canada Child Benefit)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1949년에 도입된 꽤 유서깊은 제도다.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우유값이라 불리며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데,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지급받을 수 있으며 매달 20일에 입금된다.  캐나다에 18개월 이상만 거주하면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니어도 받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 온 많은 기러기맘들도 적용을 받고 있다. 캐나다 아동수당 개편은 지난 2015년 캐나다 총선의 핵심쟁점 중 하나로 트뤼도의 자유당이 집권하면서 수정돼, 2016년 7월부터는 변경된 CCB가 적용되고 있다.


수정된 CCB는 비과세, 소득기반, 중산층 기준이 주요 특징이다. 기존에는 기본급여금 일부에 소득세 환불형태를 결합한 것이었는데, 트뤼도 정부는 소득세 환불이 고소득 가구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주는 측면이 있다며, 이 제도를 가구 순소득과 자녀수에만 연동시키는 제도로 변경하였다. 가구 순소득 연간 3만불 이하일 경우, 6세 미만 아이 한 명당 일년에 6,400불, 그 이상이면 5,400불을 받게 되며 20만 달러가 넘으면 자녀 수에 상관없이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장애아동 보조금은 별도이며,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탁아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도 한다.

 

 

 

캐나다 정부 홈페이지의 홍보문구에 따르면  가구 합산 순소득(실수령액)이 연간 8만 달러이며, 6세 미만 두 자녀와 6세 초과 한 자녀를 두고 있는 '래일라'와 '나서' 가족의 경우, 1년에 10,350달러의 CCB를 받게 되고, 돌쟁이 딸을 키우는 연소득 6만 5천 달러인 클로에와 제이드네 집은 3,950 달러를 받게 된다고 한다. 새로운 CCB에 따라, 캐나다 가구의 90퍼센트가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액수를 지원받게 된다고 한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국가답게, 홍보영상에서 한부모가정, 다양한 인종과 문화, 동성 부모를 함께 예시로 드는 모습이 재미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5bjmakoMPE)


한국의 양육보조금 VS 캐나다의 아동수당


한국에서도 미취학아동에게만  해당되긴 하지만 보육료 지원과 양육수당, 유아학비 등의 이름으로 비슷한 목적의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사실 금액적으로 보자면 한국의 양육 보조금이 더 지원액이 많다. 0세 아동이 양육시설을 다닐 경우 보조금으로 약 80만원 가량이 지원된다. 연간으로 따지면 천만원에 가까운데, ‘내가 아이를 낳았더니 국가에서 나에게 일년에 천만원이나 주네.’라고 느끼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이러니다.

 

절반은 어린이집 기본양육비 형태로 어린이집으로 직접, 절반은 바우처 형식으로 지원되고 시설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10~20만원 정도가 현금으로 부모에게 지급된다. 제도는 상당히 복잡하고, 사람들을 분류하고 갈라놓는 것이 문제다. 직장맘인지 전업맘인지, 유치원을 보내는지, 어린이집을 보내는지를 나눈다. 어떤 방식으로든 부모들은 혜택을 받고 있긴 한데, 예산을 많이 쓰고도 부모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정쟁의 대상이 되며,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다.


우리나라의 양육보조금과 캐나다의 아동수당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도의 목적이다. 우리나라 영유아 보호법에는 "보호자의 경제적·사회적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실제로 정책은 일하는 여성의 아이 양육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데, 야근을 많이 하면서 시설을 오래 이용할 경우, 가장 혜택을 많이 받게 되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 지원금이 현격히 줄어든다. 수시로 직장맘 vs 전업맘의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맡기는 게 공짜인데, 안 맡기면 손해라는 인식을 준다. 전형적인 M자형 취업 구조를 가진 경단녀가 많은 한국의 경우에 맞는 정책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영아 시기에는 부모의 직접 양육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이 미래의 사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을 무시한 제도라는 함정도 있다.


이곳의 아동수당은 소득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진다. 정부의 CCB 홍보영상에서 보여주듯 '아이가 태어나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저소득층이면 해결이 안 되니까 나라에서 지원금을 줄게.' 이런 개념이다. 빈곤아동을 겨냥한 아동복지 제도의 일환이라는 점이 다르다. '미래 사회의 자산인 아동은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고, 아동을 키워내는 일은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기에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이 지분을 독립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출산율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제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또한 연초에 소득신고만 하면 자동으로 CCB가 계산돼 현금이 직접 개인의 통장으로 들어오는데, 번번히 액티브 액스 몇 개씩 깔고 주민센터 가고 신청서 쓰고, 은행 가서 신용카드 발급받고 하는 우리 방식과 비교해 단순해서 좋아보였다. (심지어 어린이집 다니다가 유치원으로 옮기면 신청서를 새로 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실질세율이 낮지만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높다.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고, 고위층들의 비리가 많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캐나다는 세금을 많이 내지만 그만큼 혜택도 많이 받는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조세 저항이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기 대선을 앞 둔 요즘, 각 대선 후보들도 저마다 아동수당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10만원 가량의 금액을 주는 것이 골자다. 지금 추세라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관련 제도가 시행될 것 같다. ‘과연 10만원의 아동수당 신설이 답일까.’ 라고 고민하다가도 아이를 사회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만도 반가운 마음이다. 지금처럼 ‘독박육아’ 하는 엄마들의 설움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그래서 대한민민국의 부모와 아이들이 좀더 행복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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