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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미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동네, 어바인 둘러보기 기수 : 22기
  • 작성자 : 고경봉
  • 소속: 한국경제
  • 연수기관 : 미국 버클리대

미국에서 집이 제일 잘 팔리는 동네


최근 미국에서 가장 주택시장이 뜨거운 곳을 꼽자면 단연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 카운티, 그중에서도 어바인(Irvine)일 겁니다. (어바인은 1971년 오렌지 카운티로부터 독립했지만 지리적으로 여전히 이 카운티에 속합니다.) 어바인은 캘리포니아 주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남동쪽 방향으로 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배후도시입니다.


어바인 주택 구입 열기는 각종 지표에서 나타납니다. 부동산 전문업체인 RCLCO는 매년 미국 내 중대형 주택지구 내 주택 매매량을 조사해 ‘Top-selling MPCs (Master-Planned Communities)’ 순위를 발표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집이 많이 팔린 동네를 의미하죠.


가장 최근인 2016년 순위를 보면 오렌지 카운티에 위치한 어바인 랜치(Irvine Ranch)가 1,989가구로 미국 전체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전까지 무려 14년간 1위를 차지했던 플로리다 오칼라(Ocala)의 더빌리지(The village)를 밀어냈죠.


미국인들이 거주하고 싶어하는 이른바 ‘주택 인기 지역 3강’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의 3개 주 가운데에서도 최근 캘리포니아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1위를 차지한 어바인 랜치는 주택 매매량이 전년 대비 19% 늘었습니다. 어바인의 다른 주택 단지인 그레이트 파크 네이버후드(Great Park Neighborhoods)는 8위를 차지했는데 주택 판매량이 1년 사이에 무려 88%가 뛰었죠. 증가량만 따지면 전체 주택 단지 중 1위입니다. 미국의 판매량 상위 20개 주택 지구 가운데 어바인과 인근 지역 주택 단지는 이들 2곳을 포함해 총 4곳이 랭크됐습니다.

 

도대체 어떻길래


최근 어바인에 사는 지인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인이 사는 곳은 이곳에서도 고가 주택들이 몰려있기로 소문난 오차드 힐스입니다. 손지창 오연수 부부, 이재룡 유호정 부부 등 한국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오차드 힐스에서 내려다 본 어바인 전경. 오차드 힐스에서도 이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주택들이 최고가를 형성한다. 비즈니스 와이어 홈페이지 사진캡처

 

 

오차드 힐스의 주택 사진 전경. 미국 고급 주택들은 앞 뒤로 긴 형태가 많고 뒤에 별채와 정원 등을 갖추고 있어 정면 외관을 보면 크기가 잘 짐작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와이어 홈페이지 사진캡처

 

이곳에 온 김에 집 주변에 판매중인 주택, 이른바 모델 홈(model homes)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구매 의사도, 능력도 없었지만 소위 ‘미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동네’의 집들을 엿보고 싶었죠. 지인의 집은 ,4000ft2(제곱피트). 우리에게 익숙한 평수로 따지면 112평입니다.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넓이지만 주변 모델 홈들을 둘러보게 되니 지인의 집은 이 단지 내에서 ‘소형주택’이더군요.


오차드 힐스의 주택들은 대개 4,000ft2(제곱피트)~7,000ft2 정도의 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차드 힐스 뿐만 아니라 어바인의 고급주택들은 대략 이 정도 넓이를 자랑합니다. 대지 면적은 대략 6,000ft2~12,000ft2 정도이죠. 큰 집들은 대지 면적이 330평에 달한다는 얘기입니다. 동네를 둘러보다가 지인이 한 집을 가리키더니 “저 집에는 모래 벙커가 있다”고 얘기했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구글어스로 찾아보니 정말이더군요.

 

 

미국 고급 주택들은 앞 뒤로 긴 형태가 많고 뒤에 별관과 정원 등을 갖추고 있어 정면 외관을 보면 크기가 잘 짐작되지 않는다. 위성사진을 통해본 오차드 힐스의 고급주택가. 오른쪽에 정원과 골프용 모래 벙커, 연습 그린을 갖춘 집이 보인다.

 

이곳에서 3곳의 주택들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주택들은 정면 입구에서 보면 그 크기를 짐작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오차드 힐스의 주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안에 들어서면 그 깊이에 놀라게 됩니다. 대개 입구에 들어서 방문들을 끼고 있는 긴 복도를 ‘한참’ 지나오면 이같은 넓은 거실(liiving room)을 접하게 됩니다.   

 

 

 

사진에는 잘 안 나오지만 거실이 압도적인 크기입니다. 하지만 이 거실을 지나면 야외 정원으로 통하는 넓은 그레이트룸(great room)과 마주칩니다. 그레이트룸은 1990년대 미국 대형 단독주택에서 새롭게 생겨난 개념입니다. 개인실의 크기가 줄어드는 대신 새로운 거실이 등장한 셈이죠. 주방 등과 연결돼 손님 접대, 파티 등을 하는 공간으로 주로 활용됩니다. 

 

 


작아보이시나요? 파노라마 사진으로 보면 이렇게 넓은 공간입니다.

 

 

그레이트룸이 지금 제가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의 1,2층 면적을 합친 것보다 크네요. 그레이트룸 한 켠에는 제 집 안방만한 와인셀러가 있습니다.

 

 


그레이트룸을 지나면 야외 풀(pool)을 갖춘 정원으로 나오게 됩니다. 정원 한 켠에는 포켓볼 등 게임 시설을 갖춘 별채가 있습니다. 이 집에서 파티을 하게 되면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게임룸은 집마다 사용처가 다르지만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 집도 겉으로는 주변 집들에 비해 다소 ‘소박’해 보이지만 

 

안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크기의 그레이트룸을 갖추고 있습니다.  

 

공용공간이 넓어진 대신 상대적으로 개별 방들의 크기는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말그대로 잠만 자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 면적은 일반 주택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이 지역 집들은 5,000ft2의 면적을 기준으로 할 때 대개 5~6개의 룸과 5~6개의 욕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메이드룸과 게스트룸도 당연히 있습니다. 여기에 차 2~3대를 주차할 수 있는 차고가 추가됩니다. 

 

집값이 궁금하시죠? 4,000ft2은 약 150만~250만 달러 정도합니다. 우리나라 서울 강남 노른자위 아파트의 중대형 평형 수준이네요. 5,000ft2의 경우 대개 250만~300만 달러 정도 수준입니다. 월 임대 방식으로 빌릴 경우 월세는 7,000~9,000달러 정도입니다. 캘리포니아주의 주택 담보 비율은 약 80%선입니다. 물론 대출 프로그램의 종류와 상환 기간에 따라 다릅니다만, 집값의 20% 정도만 가지고 있다면 은행 융자를 통해 집을 살 수 있습니다. 이른바 다운페이(Down pay)라고 하죠. 외국인의 경우 크레디트 점수가 부족하다 보니 집값의 40% 가량을 다운페이해야 합니다. 상당한 초기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죠. 

 

여기에 집의 인테리어를 하는데 각종 옵션이 붙습니다. 대개 초기에는 집 바닥이 카페트로 돼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원목마루로 바꾸고 천정은 크라운몰딩을 하는 식입니다. 인테리어에만 대개 50만~100만 달러의 비용이 듭니다. 입주 초기에는 주택 관리 단체인 HOA(Home Owner Association)의 기준에 맞춰 정원을 조성해야 합니다. 자기 집이라고 해서 아무 나무나 심을 수 있는게 아닙니다. 여기에도 추가적으로 비용이 들어갑니다.

  

아시아인이 주류인 도시


어바인이 미국 전체에서 인기 주거 지역으로 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날씨, 편의시설, 안전성, 교육수준 등 주거 환경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우선 기후가 매우 좋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계절에 따라 날씨가 좋은 곳은 많습니다만, 샌디에이고와 LA를 잇는 캘리포니아 남부만큼 1년 내내 온화하면서 강수량이 적은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참고로 이곳의 강수량은 연평균 360mm 수준으로 한국의 4분의1 정도입니다.

 

여기에 뛰어난 학군과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갖췄습니다. 캘리포니아는 팔로알토 등 특정 도시가 최고 수준의 초,중,고교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어바인처럼 대부분의 공립학교가 A급 이상의 수준을 자랑하는 곳은 드뭅니다. 어바인이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미국의 8학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그래서인지 부자 도시이면서도 공립학교 비중이 캘리포니아 주 다른 도시보다 월등히 높은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어바인의 인구는 무려 75%가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LA인구가 5%, 오렌지카운티가 7% 증가한 점과 비춰보면 어바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최근 어바인 입주 열풍의 중심에는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2000년 당시 어바인의 백인 비율은 61%, 아시아인 비율은 29%였습니다. 하지만 2010년 백인비율이 50.5%까지 떨어지고 아시아인 비율은 45.1%까지 치솟았습니다. 지금은 아시아인들이 55%를 훌쩍 넘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히스패닉은 9%, 흑인은 1%에 그칩니다. 전체 인구중에 절반 이상이 아시아인이고 이 중 5분의3 가량은 중국인, 5분의1 가량은 한국인이죠.

 

제가 모델홈 3곳을 둘러봤는데 같은 시간 방문객들은 대부분 명품을 온몸에 휘감은 중국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한국인들이었습니다. 최근 한국 유명 연예인 부부들이 잇따라 어바인에 터를 잡는 것도 높은 교육 수준과 주거 인프라에 끌린 것이죠.

 

 

동네 구경하다가 발견한 손지창 오연수 부부 주택. 길 왼쪽으로 가장 멀리 보이는 집이다. 

 

참고로 어바인은 캘리포니아 남부의 실리콘밸리로 통할 만큼 많은 기업들이 진출해 있기도 합니다. 전자제품 업체인 비지오(Vizio)와 게임업체 블리자드(Blizzard), 세계 최대 하드디스크업체 웨스틴디지털 등 굵직한 IT기업들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해외 기업들도 미국 본사를 어바인에 두고 미국 현지 공략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아자동차의 미국 본사도 이곳에 위치해 있죠. 제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주변도 기후나 인프라, 안전성 등이 남부럽지 않지만 이곳은 참 특별하더군요. 어바인은 이제 1980~90년대 단순한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남가주를 대표하는 도시로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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