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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페이크뉴스와의 전쟁 기수 : 22기
  • 작성자 : 김필규
  • 소속: JTBC
  • 연수기관 : 미국 듀크대

미국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9일. 뉴욕을 비롯한 주요 도시 곳곳에서 트럼프 당선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격렬했고 재검표 요구까지 나왔다. 자신의 잔치에 재를 뿌리는 시위대를 보며 이틀 뒤 트럼프 당선자는 의미심장한 트윗을 올렸다.

 

"선거는 아주 투명하고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지금 미디어에 의해 선동된 '전문 시위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아주 불공평한 처사다."

 


자신의 당선 반대 집회에 전문 시위꾼이 등장했다고 고발한 트럼프 당선자의 트윗


자신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전문적으로 조직화된 세력이라는 의혹이었다. 이 트윗은 12시간여 만에 7만 건 가까이 리트윗 됐고 23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트럼프가 이런 판단을 내린 데는 보수 인터넷 매체가 올린 기사가 배경이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대규모 반 트럼프 시위에 수백 명이 참석했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수십 대의 버스를 타고 동원된 전문 시위꾼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증거로 버스 여러 대가 집회 현장 주변에 줄 서 있는 사진도 첨부됐다. 그리고 여기에는 진보 성향의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자금이 쓰였다는 분석까지 곁들여졌다. 관련 기사는 수 천 개의 '좋아요'가 달리며 퍼져나갔고, "이럴 줄 알았다" "드디어 꼬리가 잡혔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그러자 뉴욕타임스에서 이 기사의 진위를 파헤쳐봤다. 최초로 이를 고발한 이는 오스틴에 살고 있는 에릭 터커라는 35살의 한 마케팅회사 대표였다. 출근길에 집회 현장 주변에 버스 여러 대가 줄서 있는 것을 우연히 목격했는데, 이를 휴대전화로 찍어 다음과 같은 트윗을 올렸다.

 

'오늘 오스틴의 반 트럼프 시위대는 자생적으로 모인 것 아님. 이 사람들이 타고 온 버스 사진 첨부. #가짜시위대 #트럼프2016 #오스틴'

 

이 내용은 한 트럼프 지지 웹사이트에 '드디어 시위대를 동원한 버스를 찾았다'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그러다 누군가 ‘이거 소로스 자금 아니야?’라고 댓글을 달았다. 진보성향의 억만장자로 대선 기간 동안 클린턴을 지지했던 조지 소로스가 배후에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이었다. 이후 이 내용이 인터넷매체를 통해 기사화되면서 이 댓글도 ‘팩트’가 되어 함께 퍼져나갔다. 하지만 터커가 올린 트윗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가 찍은 건 우연히 인근에서 열린 타블로 소프트웨어라는 회사의 컨퍼런스에 참석할 1만 3,000명을 실어나르기 위한 버스였지, 반 트럼프 시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일이 심각해지자 이후 타블로 소프트웨어 측에서 해명 기자회견까지 열어야 했다.


 

텍사스 오스틴의 반 트럼프 시위에 전문 인력이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에릭 터커의 트윗

 

이처럼 대통령 당선자까지 연루된 해프닝의 주인공인 터커의 해명은 아주 간단했다. "나는 그저 일개 시민이며 내 생각에 그런 것 같아서 트윗을 올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왜 정확하게 확인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나는 굉장이 바쁜 사업가여서 내가 SNS에 올리는 모든 글에 팩트체크를 할 수 없다”라며 “내가 쓴 글이 이렇게까지 널리 퍼질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현재 터커의 트위터 계정에서 관련 글은 삭제된 상태다. 대신 자신의 첫 트윗이 거짓이었다는 내용을 올려놨다. 하지만 처음 올린 트윗이 3만여 건 리트윗 혹은 공유됐고, 다른 매체를 통해 수십만 건 공유가 된 상태인 반면, 그의 해명 트윗은 게시한 뒤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단 29건 리트윗 되는데 그쳤다. 반 트럼프 집회가 ’전문 시위꾼’들에 의한 것이라고 믿고 싶었던 이들에게 실제 ‘팩트’는 별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다.

 

이는 지난 미국 대선을 전후해 ‘페이크뉴스(Fake News)’가 어떻게 생성됐고, 어떤 경로로 퍼졌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실제 선거 결과에 페이크뉴스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장차 미디어 환경을 훼손하고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페이크뉴스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과거에도 존재했던 이른바 ‘패러디 기사’까지 페이크뉴스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 사실관계가 틀렸다면 모두 페이크뉴스라고 해야 할지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CNN, 뉴욕타임스까지 공개석상에서 “페이크뉴스”라고 언급하면서 논란을 더했다.


일단 “조회수를 높여 이익을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독자들을 의도적으로 속이는 허구 기사”가 페이크뉴스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정의다. 팩트체크 사이트인 폴리티팩트 역시 “인터넷 상에서 전파력을 높여 화제가 되게 하기 위해 독자를 기만한 허구 콘텐트 “라고 비슷한 맥락의  설명을 한다.

  
실제 페이크뉴스가 퍼지는 유형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가닥이 잡힌다. 위에 언급한 사례처럼 부정확한 소스를 확인 없이 인용해 블로그나 특정 정파의 인터넷 매체를 통해 퍼뜨리는 것과, 아예 허구의 뉴스사이트를 만들어 직접 거짓 뉴스를 생산해내는 방식이다. 팩트에 대한 확인이 없다는 점에선 둘 다 똑같지만 후자의 경우 처음부터 독자를 기만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더 악질적이다. 이런 것을 ‘웹 스푸핑(Web Spoofing)’이라고 하는데 실제 지난 미 대선 당시 ‘활약’한 사이트들이 ‘ABCnews.com.co’ ‘usatoday.com.co’ ‘washingtonpost.com.co’ 등이다. 언뜻 보면 ABC뉴스나 USA투데이, 워싱턴포스트에서 올린 기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상관이 없다. 웹 디자인까지 비슷하게 만들어 거짓 콘텐트를 게재했는데, 자신들도 엄연한 인터넷 매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페이크뉴스 사이트로 알려진 ABCnews.com.co의 웹페이지. 겉으로 봐서는 실제 ABC방송사 홈페이지로 착각하기 쉽다.

 

페이크뉴스가 이처럼 기승을 부리자 국제도서관협회(IFLA)에서는 다음과 같은 페이크뉴스 판별법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1. 소스를 확인한다. (그 소스의 목적이 뭔지 파악한다.)
 2. 제목만 보지 않는다. (전체 이야기를 파악한다.)
 3. 취재기자 이름을 확인한다. (진짜 기자인지, 믿을 만한지 확인한다.)
 4. 인용한 내용까지 들어가 본다. (언급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한다.)
 5. 작성 날짜를 확인한다. (옛날 이야기가 아닌지 보기 위해서다.)
 6. 혹시 농담은 아닌지 물어본다. (풍자 기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7. 스스로 편견은 없는지 돌아본다.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8. 전문가에게 물어본다. (이해 당사자가 아니면서 지식을 갖춘 이에게 확인해 본다.)

 

 

 

상당히 그럴 듯한 해법이지만 모든 독자들이 매번 이런 까다로운 절차를 감내할 것을 기대하긴 힘들다. 특히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 보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런 조언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그러자 이런 페이크뉴스를 공급 차원에서 직접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페이크뉴스가 끼치는 손해에 대해선 적극적인 명예훼손으로 대응하고, 심지어 일부 국가(아마도 한국을 포함한)에서 적용하고 있는 형사소송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수정헌법 1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미국에서 이런 주장이 현실화 될 것 같진 않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미디어에게 주어진 상태다. 앞서 뉴욕타임스가 ‘가짜 시위대’ 해프닝의 진원지인 에릭 터커에게 전화했을 때, 그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나에게 연락한 기자는 당신이 겨우 두번째”라고 답했다고 한다.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SNS에 오른 글만 보고 기사를 쓴 기자도 문제지만, 이를 확인해 거짓임을 밝혀 공개했어야 할 다른 매체들의 노력도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진실만 보도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거짓까지 취재 대상으로 삼아 집요하게 밝혀 기사를 써야 할 책임이 기자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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