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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스톡홀름은 공사중 - 스웨덴 주택난과 가계부채 기수 : 22기
  • 작성자 : 이재명
  • 소속: 한겨레신문
  • 연수기관 : 스웨덴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

 

 

스톡홀름은 ‘공사중’이다. 건설현장 크레인은 어느덧 스톡홀름 스카이라인의 일부가 됐고, 교외 여기저기엔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스웨덴의 건설 열풍은 10여 년째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주거난을 해결하려는 주택공급 대책이 불러왔다. 주택 부족 현상은 전체 지방자치단체(코뮨) 3분의 2에 걸쳐 있지만 대도시와 대학가, 소형주택이 가장 심각하다. 지금대로라면 스톡홀름 시내 중심부 임대주택에 입주하려면 20년을 기다려야 한다. 학생용 아파트 입주 대기기간은 평균 3년이다. 학기 시작 전에 숙소를 구하지 못한 학생이 2만 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주택난의 주요 원인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해서다.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2014년 이후 난민이 대거 들어오면서 인구도 한 해 평균 10만 명씩 늘고 있다. 유럽 벤처기업의 창업 메카인 스톡홀름엔 IT 기업 등에 종사하려는 외국인 노동자도 몰려들고 있다. 

 
반면 신규 주택 공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5년간 공급량(15만호)은 수요량(27만 6천호)의 절반에 그친다. 사민당 정부는 2020년까지 추가로 25만 호를 더 짓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예상 수요량(43만 4천 채)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주택 공급 능력도 크게 떨어진다. 지금까지 스웨덴의 주택 건설과 공급은 주로 코뮨 중심으로 이뤄졌다. 한국의 시군구에 해당하는 코뮨은 산하에 건설 공기업을 두고 이들 기업에게 공공주택 건설과 주거복지를 맡겼다. 현재 300여 개에 이르는 지자체 산하 건설 공기업은 스웨덴 전체 주택의 20%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일시적으로 주택 수요가 줄자 건설 공기업이 주택시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했고, 우파 정권 땐 수익성 원칙이 강조되면서 보유하고 있던 공공주택이나 부지마저도 민간에 매각해 왔다.


단시일 안에 주택 공급을 늘리려 해도 부족한 건설 인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폴란드 등 인근 국가에서 건설노동자를 충원하고 있으나 언어장벽과 노동문화의 차이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스웨덴의 연대 임금은 저숙련 노동자와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7~8%에 불과할 정도로 평탄한데, 건설회사로선 미숙련 노동자에게 생산성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줘야 해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다.   


한편에선 임대주택 중심의 주거정책이 주택난을 불러온 원인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스웨덴 주택정책의 특징은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공공주택 입주 기회를 부여한다. 스웨덴 전체 주택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공공주택은 저소득층과 청년층이 도심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주거복지 차원에서 도입됐다. 그만큼 임대료는 저렴하고 인상률에도 엄격한 상한제(연 2~3%)를 적용한다. 스톡홀름엔 거주자의 40%가 공공주택에 거주하며 평균 임대료는 월 4천 크로나(50만 원 가량)로 민간주택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본의 동의 없이 거주권을 박탈하지 않으며 입주기간에도 제한이 없다. 좋은 주거환경에 값싼 임대료,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해 이사를 꺼리다 보니 주택 이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스웨덴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포기할 뜻이 전혀 없다. 주택부 장관은 올해 초 “30제곱미터 가량의 새 아파트 임대료가 매달 3,600 크로나를 넘지 않도록 하는 수준에서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적정 임대료 원칙’은 높은 인건비 탓에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설비용이 드는 스웨덴으로선 신규 주택 건설의 제약 요인이긴 하다. 스웨덴 정부가 표준화된 조립식 임대주택(모듈 주택)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이유는 좀 더 적은 비용으로 신규 주택을 건설하려는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실제 스웨덴 신규 주택 건설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는 유럽 기업들은 주로 모듈하우스 전문 회사들이다. 


스웨덴 주택난의 파급효과는 자산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톡홀름은 캐나다 벤쿠버, 영국 런던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집값 거품이 심각하다. 집값은 12년 만에 갑절로 뛰어올랐고, 상승률은 전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천정 부지로 치솟는 건 임대료도 마찬가지다. 임대료는 최근 한 해 평균 7.4%의 증가율을 보인다. 임대주택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스톡홀름 중심부는 거실과 방 1개를 갖춘 임대아파트 임대료가 2년 전만 해도 월 1만 크로나 안팎이었으나 지금은 1만 2,500크로나로 뛸 정도다. 이마저도 자녀 수, 애완동물 유무, 국적 등과 같은 각종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 붙어 체감 인상률은 더 높아진다.  

 
임대료와 집값 상승은 특히 청년층과 이주자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 통상 18살이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던 청년들은 점차 시기를 늦추고 있고, 거주 허가를 받은 난민들은 이민자 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시간을 흘려 보내야 한다. 유수한 외국인 인력을 끌어오는데도 걸림돌이 됐다. 세계적인 음원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는 국외에서 영입한 직원들에게 제공할 주택이 부족해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정부에 적절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예 회사를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선포하고 나섰다.

 

 


주택 부족이 초래한 집값 상승은 주택 구입비와 건설비로 이어지면서 가계 부채로도 불똥이 튀었다. 여기에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5%로 낮추자 대출이 증가하면서 스웨덴 가계부채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GDP 대비 전체 가계부채 수준(85%), 가구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한국(82.1%)을 앞지른다(그래프 참고).


스웨덴 가구 부채의 대부분(82%)은 주택담보대출로 대출금 규모는 주택 가격의 3분의 2, 연소득의 3.7배 수준이다. 대출금 이자 상환에만 매달 가처분소득의 10%를 쓴다. 스웨덴 가계 부채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높은 변동금리 비중이다. 대출의 80%가 변동금리이며 대부분 이자만 상환한다. 또 한국과 달리 스웨덴엔 주택담보대출 상환 기한이 없다. 평소 이자만 내다가 남은 원리금은 집을 매각해 갚거나 다음 주인에게 대출을 승계시킨다. 그러다 보니 평균 상환 기한이 105년이나 된다. 

 
통화정책 당국인 중앙은행은 가계 대출 구조의 취약성을 이유로 잇따라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중이다. 주택 가격 급락, 금리 인상, 실업으로 인한 소득 감소가 현실화되면 부실 채권이 늘어나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시적으로는 소비심리가 위축돼 경제에 충격을 줄 우려도 있다. 중앙은행은 집값 상승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 차례의 조정도 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용 자금조달이 해외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는다. 

   
중앙은행과 국내외 금융시장의 경고가 잇따르자 스웨덴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낮춘데 이어 지난해부턴 신규 대출자에게 이자 외에 매년 주택가격의 최소 1~2%의 원금을 상환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여전히 DTI 상한제 도입, 변동금리 비율 축소 같은 추가 조처를 권고하고 있다.

 

 


가계부채 지표나 구조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스웨덴 정부의 위기의식이 크지 않은 이유는 아직까지 가계 소득이 금리상승이나 주택 가격 하락의 충격을 감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스웨덴 금융당국이 실시한 가계 부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보면, 여러 악조건이 현실화되더라도 가계 수지가 월 2만 크로나(가처분 소득의 40%)의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탄탄한 공적 연금, 무료 교육, 높은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는 실업·건강 보험, 공공주택과 같은 강력한 사회보장 시스템이 가계 부채에도 완충 역할을 한다는 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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