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우 에세이

해외리포트

캐나다의 종교와 세금 기수 : 22기
  • 작성자 : 정효영
  • 소속: KBS
  • 연수기관 :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성당에서 신용카드를?

 

캐나다에 온 후 성당에 다시 나가게 되었다. 집에서 가깝기도 했고, 뭔가 외국에 나오니 마음이 허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한인성당에 갈 때도 있고, 로컬성당에 갈 때도 있는데, 신기한 점은 사람들이 헌금시간에 헌금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헌금바구니는 도는데 돈을 넣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신자들이 대부분 헌금을 신용카드나 수표 자동이체로 하기 때문이었다. 성당에서도 그걸 권장했다. 현금으로 할 때도 신자번호가 적힌 봉투에 넣는데, 연말에 기부금 세금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는 개인소득세율이 높기 때문에 더 철저히 챙기는 모양이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한국에서 주일헌금은 현금, 무기명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누가 얼마나 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주일헌금에 대해서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는다. 뭔가 편리해 보이기는 했지만, 헌금을 신용카드로 하려니 낯설고, 상업화된 것 같은 느낌이라 이제껏 시도해보지 못하고 있다.

 

세금과 종교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신용카드 결제 등 기부자를 특정해 성당의 수입을 투명하게 하는 것은 그저 신자 프렌들리를 위한 정책만은 아니라고 했다. 캐나다의 모든 종교시설은 수입과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캐나다 국세청은 자선단체를 이용한 과도한 절세 남용을 막기 위해 기부금 영수증과 헌금액을 비교해 세무조사를 하고, 또 각 종교시설은 단체자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사용내역을 매년 국세청에 보고해야 하며, 재정 집행이 당초 그 시설의 설립목적에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수입, 지출 증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종교단체에 막대한 세금을 물리기도 한다니, 성당에서 출처가 불명확한 현금으로 기부 받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국세청 웹 사이트 (http://www.cra-arc.gc.ca/chrts-gvng/menu-eng.html) 에는 모든 종교시설의 수입, 지출 내역이 모두 공시돼 해당 교회 내부자가 아니라도 모든 것을 투명하게 알 수 있다. 그림1은 캐나다 국세청 사이트에서 검색해본 필자가 다니는 성당의 수입지출 표인데, 수입내역을 보면 영수증을 발급한 기부금이 77%,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기부금이 3%인 것을 알 수 있다. 또 지출 내역에 따르면 자선 활동에 94%의 비용을 썼다. 

 

 

그림1. 필자가 다니는 성당의 수입 지출 표 (출처 : 캐나다 국세청 홈페이지)


종교인도 근로 소득세 부과 

 

세금문제에 예민한 캐나다에서는 종교인이라도 근로소득이 있다면 종파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별도 종교인 과세 항목이 아니라 일반 근로소득자와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교회로부터 주거시설을 제공받고 있다면 그 이용비용도 월세로 환산해 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 원천징수한다.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도 마찬가지다. 종교인의 임금 세부내역 (인원, 금액, 종교인 인적사항 등) 또한 위에 언급한 국세청 웹 사이트에 모두 공개돼 있다.


 

그림2. 필자가 다니는 성당의 근로자 연봉현황 (출처 : 캐나다 국세청 홈페이지)

 

언젠가는 우리도


우리나라에서도 1968년 당시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발언으로 시작돼 50년 가까이 뜨거운 감자였던 종교인 과세 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일부 종교계의 반발로 처음 안보다 많이 후퇴한 법안이라 그 법안 자체로도 이견이 많지만, 2년 유예 후 내년 초 시행을 앞두고 김진표 의원이 2년 더 미루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만들어 서명을 받고 있어 또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도 캐나다처럼 종교기관의 수입, 지출 내역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필요시 세무조사도 실시한다면 종교인 과세조차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업공시 자료처럼 숫자가 가득한 캐나다의 종교시설 회계 내역을 인터넷으로 쉽게 찾아보며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본다. 

이전 스톡홀름은 공사중 - 스웨덴 주택난과 가계부채
다음 채플힐에서 반드시 해야 할 10가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