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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채플힐에서 반드시 해야 할 10가지 (1) 기수 : 22기
  • 작성자 : 양영권
  • 소속: 머니투데이
  • 연수기관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은 특별한 관광 자원이 별로 없다. 높은 산이나 드넓은 해변도 없고, 역사책에 나오는 유명 인사가 태어나고 자란 집이나,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 건물도 없다. 그렇다고 카지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음식이 특별히 맛있거나 독특한 것도, 음악이나 미술작품이 유명한 것도 아니다. 이곳에 체류하는 이들에게 한국에서 지인이 찾아오면 채플힐이 아니라 주변 지역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일이 많다. 워싱턴DC나 애틀랜타, 마이애미 등 중동부의 대도시나 윌밍턴, 머틀비치, 블루리지파크웨이 등으로 떠난다.


하지만 채플힐은 관광지로서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곳이다. 미국 소도시 일반인의 삶을 체험하기에 쾌적하고, 안전하다. 주민 또한 비교적 친절하고 남부의 도시답게 여유가 느껴진다. 채플힐은 주말 노선을 포함해 총 31개의 세분화된 버스 노선을 운영하는데 관광객을 포함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채플힐에 1년간 산 경험을 바탕으로 외부인에게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10가지를 꼽아 보았다. 대부분 지극히 교육적이고 가족적이다. 성인들만 즐길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이 역시 풍요로운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1) 때 타지 않은 자연, 채플힐 숲 산책

 

채플힐에는 가로수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시가지 동서를 관통하는 프랭클린 스트리트 일부 지역을 빼고는 가로수가 거의 없다. 남북을 잇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블러바드는 물론 주택가와 큰 길과 주택가를 잇는 왕복 2차선 도로들에도 가로수를 심지 않는다. 채플힐은 숲의 도시다. 도로들은 이 숲을 관통해서 난 길이어서 가로수 용도로 나무를 따로 심지 않아도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 그늘이 인도에 드리운다.


채플힐은 자연을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되는 곳이다. 일부 주택가 길과 주택가를 제외하고는 조림한 숲이 아닌 원시 그대로의 숲이다. 우리의 강원도 산골의 완만한 지대에 도시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높은 산은 없지만 도시 전체가 굴곡이 있는 구릉지로 돼 있어 숲이 단조롭지 않다.


도시의 주요 포인트가 자동차 길이 아닌 숲길로 연결돼 있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기엔 적격이다. 특히 UNC 캠퍼스에서 커뮤니티센터까지 연결되는 비포장도로인 Battle Branch Trail은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조성된 도로와 공원이 아니라면 공유지는 모두 나무 보호 지역(Tree Protection Area)으로 지정해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산책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긍정적인 기분을 들게 하며 신체적으로 근육을 발달시킨다. 가만히 서 있으면서 숨만 쉬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숲에서 나오는 기운으로 피부병을 완화시킨다는 얘기도 있다.


집에서 5분만 걸어 나가면 숲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채플힐은 다른 소도시와 달리 목장이나 농장조차도 드물다. 어디든 비가 오거나 너무 추운 날이 아니라면 숲길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백인 남자들은 열이면 열 상의를 벗고 달린다. 숲길을 가다 보면 크고 작은 개울이나 이스트우드 레이크, 유니버시티 레이크 등 호수를 만난다.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져 개울의 다리가 돼 있기도 하다. 이름 모를 버섯이 피어나고 봄부터 가을까지 나무에 꽃과 열매가 맺힌다.


채플힐의 공기는 평소에 차를 바깥에 일주일 동안 세워놔도 먼지 하나 묻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다. 봄이 한창인 4월만큼은 그렇지 않다. 숲에서 날아온 송홧가루가 창틀이든 자동차이든 내려앉아 세상이 온통 초록색 재를 뿌려놓은 것처럼 변한다.


채플힐은 사람들이 다양한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어딜 가나 고양이만한 청설모와 마주친다. 떡갈나무, 상수리나무에서 떨어지는 도토리는 주워 가는 사람이 없다. 온전히 다람쥐와 청설모 차지다. 어떤 도토리는 좀 과장해서 어린아이 주먹만 할 정도의 크기다. 다람쥐가 하나만 먹으면 배가 부를 것 같다.


숲이 많으니 새도 많다. 새 소리에 아침잠을 깨는 게 일상이다. 열대지방만큼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깃털을 자랑하는 새들이 많다. 몸 전체 색깔이 붉은 노던 카디날(Northern Cardinal)과 머리와 등, 날개가 파란 이스턴 파랑새(Eastern Bluebird), 배와 머리가 노란 소나무 휘파람새(Pine Warbler) 등은 다른 새와 확연히 구분된다. 크고 작은 까마귀들은 색깔과 울음소리로 구분할 수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North Carolina Birds’라는 사진 책을 사줘 새를 볼 때마다 새의 이름을 찾아보게 했다. 자연 관찰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새가 많지만 서울에서 지겹게 볼 수 있는 비둘기를 채플힐에서 본 적은 없는 듯하다. 이유는 모른다.


달갑지는 않지만 뱀도 자주 출몰한다. 주택가에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독사 6종을 포함해 30여 종의 뱀이 서식한다. 방울뱀이나 다이아몬드백 같은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뱀도 살고 있다. 다행히 채플힐은 아니고 남쪽 동네에 많다. 채플힐에서 가장 흔하게 본 뱀은 검은 색의 쥐잡이 뱀(Rat Snake)이다. 따뜻한 봄날 두 마리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도 있다.


가정에서 뱀을 키우는 이들도 많다. 겨울이 끝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키우던 구렁이를 목에 걸고 햇볕을 쬐러 나온다. 2016년 5월에는 채플힐에 사는 한 남성이 코브라에 물려 UNC병원에 실려 왔다. 그는 캐롤라이나 파충류 구조대 동호회 회원이었고, 경찰 조사 결과 그의 집에서는 20여 종의 뱀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독사가 18종이었다. 킹코브라를 비롯해 코브라만 6종이었다. 그는 다행이 해독제 주사를 맞고 퇴원했지만, 치명적인 뱀을 제대로 가둬놓지 않은 혐의와 사육이 금지된 악어를 기른 혐의로 기소됐다.

 
뱀보다 훨씬 자주 보는 파충류가 있는데, 도마뱀이다. 여름만 되면 아파트 시멘트 복도에 손가락만한 도마뱀들이 더위를 식히러 나왔다가 사람들이 지나가면 틈새를 찾아 재빨리 들어간다. 처음엔 기겁을 하지만 금세 도마뱀과 친해진다.

 

(2) 채플 오브 크로스에서 듣는 파이프오르간 연주

 

파이프 오르간은 기원 전 3세기 고대 그리스 때부터 연주되기 시작한, 역사가 깊은 악기다. 9세기부터는 서양 교회 음악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 때 악마의 음악이라고 배척받기도 했지만,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 음악이 바로크 시대에 꽃을 피웠다.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였고, 토카타 앤 푸가 D단조와 같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오르간 작품을 여럿 남겼다. 안톤 브루크너도 오스트리아 린츠의 교회에서 오랫동안 오르간을 연주했다. 오르간 연주 때문인지 그의 교향곡들은 자연과 천상의 소리를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반과 페달을 조작해 관악기 다발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바순에서 플루트, 피콜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리를 내는 게 파이프 오르간이다. 많은 악기 가운데 오르간 협주곡이 드문 것은 그만큼 다른 악기 도움 없이 오르간 하나로 풍성한 음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음은 인간의 호흡으로는 불가능할 만큼 안정적이다. 피아노나 쳄발로가 타건과 동시에 음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과 달리 파이프 오르간은 건반을 누르고 있는 동안은 소리가 소멸하지 않고 계속된다. 소리가 변화무쌍하고, 절대적이고, 중단되지 않아 천상의 소리로 생각된다. 교회에서 파이프오르간 반주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수준급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였던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는 “좋은 오르간을 찾는 것은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했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오르간은 천상과 지상을 아우르는 유일한 화음이자 비가이다. 잠잠한 물결이자 신성한 숲이다”라는 찬사를 남겼다.


서울에 살 때도 교회에 자주 나가지 않던 아내가 채플힐에서 거의 매주 빼놓지 않고 미사에 참석한 것은 8할은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기 위해서였다. 채플힐의 미국성공회(Episcopal Church) 채플 오브 크로스(Chapel Of Cross)에는 2대의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각각 독일 오르간 제작사 Detlev Kleuker와 미국 아이오와에 위치한 오르간 제작사 Dobson사의 제품이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너무 큰 콘서트홀에서 들으면 안 된다. 공기의 떨림을 피부로 느껴야 하는데, 대공연장에서는 단순히 귀로만 들리기 때문이다. 너무 넓지 않은 공간에, 소리가 높은 천장에 부딪혀 쏟아지는 듯 느낌을 주는 교회가 적당하다.


여행 중 들렀던 다른 도시의 미국성공회 교회들도 저마다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었지만 이곳의 연주가 특별했던 것은 1970년부터 이 교회 성가대장 겸 오르가니스트를 맡고 있는 와일리 S. 퀸(Wylie S. Quinn) 박사 때문이다. 퀸 박사는 명문 교양학부 대학인 Davidson College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랄리의 미국성공회 계열 Saint Mary's School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채플 오브 크로스에서 일요일마다 봉사를 했다.


미사 시작 5분 전, 그의 연주로 교회의 공기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파이프를 통과해 음파를 담은 공기는 교회 천장에 부딪힌 뒤 신자들에게도 쏟아진다. 소리의 세례를 받은 신자들은 황홀경에 빠져든다. 마치 사용하지 않은 청각 세포와 뇌세포를 부드럽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마사지하는 듯하다. 공기의 떨림은 고막뿐 아니라 피부와 발을 거쳐 뼈로도 느낄 수 있다. 영어가 짧은 탓에 사제들의 설교는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 없지만, 음악은 만국 공통이다. 그의 음악은 분명 우리를 천상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더 이상 퀸 박사의 연주를 들을 수 없다. 2017년 6월 교회에서 40년 넘는 봉사를 마치고 은퇴를 했기 때문이다.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며 2017년 3월과 4월 3차례에 걸쳐 교회에서 헌정 연주회가 열렸다. 퀸 박사의 제자로, East Chapel Hill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예일대 출신 전문 오르간 연주자 Jacob Reed와 힐스로보의 St. Matthews 교회 오르가니스 David Arcus, UNC채플힐 음대에 재직 중인 Susan Moeser 박사가 각각 연주자로 나서 교회 음악과 많이 알려진 고전음악을 연주했다.


아마존에서는 퀸 박사가 채플 오브 크로스에서 녹음한 오르간 연주 음반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천장 높은 교회 건물에 울려 퍼지는 소리를 온몸으로 마주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3) 농구 성지, 딘 스미스 센터에서 농구 관람

 

UNC채플힐 출신으로 11대 미국 대통령 제임스 폴크(James K. Polk)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동문으로 전설적인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을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던은 전 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농구 선수로 꼽힌다. 현역 시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운동선수였고, 미국프로농구협회(NBA) 경기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게 된 데 누구보다 큰 기여를 했다.


조던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부모를 따라 노스캐롤라이나의 항구 도시 윌밍턴으로 이사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조던은 윌밍턴의 한 고등학교를 다닐 때 농구를 시작했다. 듀크대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시라큐스대, 버지니아 대학 등의 구애를 받던 조던은 1981년 농구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UNC채플힐 문화지리학과에 입학했다.


UNC채플힐 재학 시절 전미 최고 대학선수로 선발됐으며 NBA 시카고 불스 시절 농구 황제라는 칭호를 받는다. 시카고 불스는 조던의 활약으로 1990~1991년 시즌 NBA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고, 1993년까지 3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조던은 1993년 10월 6일 은퇴 발표를 하고 17개월 만에 시카고 불스에 복귀해서는 다시 3연속으로 팀에게 우승컵을 안겼다. 조던은 시카고 불스 시절 득점왕 10회, NBA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5회에 올랐다.


1999년 1월 14일 현역 은퇴를 했다가 2001~2002년 시즌부터 워싱턴 위저즈에서 공동 구단주 겸 선수로 잠시 복귀하기도 했다. 현역 시절 조던의 경기당 평균 득점 기록(33.4점)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대기록이다. 조던이 UNC채플힐을 다니던 시절 코치가 딘 스미스(Dean Edwards Smith)다. 딘 스미스는 1961년부터 1997년까지 UNC 농구팀을 지휘했다. 이 기간 동안 UNC채플힐은 총 879회 승리를 거뒀다. 같은 기간 UNC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 NCAA) 농구대회에서 11차례 4강에 올랐으며 2차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딘 스미스는 1976년 몬트리얼 올림픽 남자 농구 대표 팀을 맡았고, 미국 팀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가 2015년 2월 83세를 일기로 타계했을 때 마이클 조던은 부모 다음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준 분이라며 애도했다.

 
UNC채플힐 교정에는 딘 스미스의 이름을 딴 다목적 실내 체육관인 ‘Dean E. Smith Student Activities Center’, 약칭 ‘딘 스미스 센터’가 있다. UNC 농구팀의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체육관이다. 농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건물에 들어서면 UNC 농구팀을 빛낸 마이클 조던, 제임스 워시 등의 유니폼 모형을 걸어놓은 게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곳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장에는 긴 줄이 만들어지고 전국 농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듀크대와 라이벌전이라도 열리면 표 추첨권을 나눠주는 곳에서 며칠 동안 학생들이 노숙을 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경기 입장권은 인터넷에서 몇 천 달러에 거래되기도 한다. 그나마 딘 스미스 센터의 관중석이 2만 1,750석으로 듀크대 캐머론 실내경기장(Cameron Indoor Stadium) 9,314 석의 2배 이상이어서 듀크대에서 경기가 열릴 때보다는 입장료가 싼 편이다.


2017년 4월 애리조나 피닉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NCAA 결승전에서 UNC가 워싱턴주의 곤자가대를 꺾고 통산 6번째 우승을 했을 때 UNC 학생들은 딘 스미스 센터에서 대형 화면으로 함께 경기를 지켜보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중계 도중에 딘 스미스 센터의 응원 장면이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딘 스미스 센터 바로 옆 ‘Ernie Williamson Athletics Center’ 1층에는 캐롤라이나 농구박물관이 있어 딘 스미스 센터 가는 길에 들러 보기에 좋은 곳이다. UNC 팀과 소속 선수들의 주요 경기 비디오와 사진, 기록 등을 볼 수 있다.

 

(4) 파머스 마켓에서 장보기

 

여행을 하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 전통시장이다. 그 곳에서 나는 물건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데다 다양한 현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값싸고 맛있는 현지 음식을 먹는 재미는 덤이다. 터키 이스탄불의 이집션 바자르(Egyptian Bazaar),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벼룩시장 콜라포티드(Kolaportid), 미국 필라델피아의 리딩 터미널 마켓(Reading Terminal Market)과 뉴욕 맨해튼의 첼시 마켓(Chelsea Market)은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다. 팀 버튼도 방문했던 서울의 광장시장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채플힐에는 재래시장을 찾아볼 수 없다. 식료품은 푸드 라이언, 해리스 티터, 트레이더 죠 등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구입하고 의류나 잡화를 구매하려면 20마일 정도 떨어진 미베인에 있는 탠저(Tanger) 아울렛이나 더램에 있는 사우스 포인트 몰 등을 찾는다.


투박한 전통시장을 체험하고 싶다면 채플힐 인근의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에 가야 한다. 미국은 어느 지역을 가든 현지 농가가 직접 기른 채소와 과일, 달걀 등을 파는 파머스 마켓이 있다. 채플힐과 함께 오렌지카운티에 속한 카보로의 타운 청사 옆에는 매주 토요일 오전 시간 동안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4월부터 11월까지는 매주 수요일에도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장이 선다. 농부들은 물건을 파는 것이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상설 시장이 아니다.


카보로 파머스 마켓은 4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지역 농가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채소와 과일을 가지고 나오는데, 소속된 농가가 75 곳에 이른다. 전문 상인은 없고 모두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만 판매를 할 수 있다. 농산물은 모두 마켓에서 50마일 이내에서 재배한 것들이다.


인구 25만의 더램(Durham)에도 토요일 오전과 수요일 오후(여름 기간 한정) 중심가인 센트럴 파크에서 파머스 마켓이 생긴다. 이곳 역시 70마일 이내의 현지에서 재배한 채소와 과일만 농부들이 가지고 나와 팔 수 있다. 봄철에는 채소 모종이나 과실수 묘목을 살 수 있는 시장도 겸한다.


이곳에 파머스 마켓이 형성된 것은 2004년으로, 비교적 역사가 짧다. 하지만 대도시(?)답게 카보로의 파머스마켓보다는 훨씬 활기차다. 아이스크림과 피자, 샌드위치 등을 파는 푸드 트럭이 일렬로 늘어서며 재즈 음악을 연주하는 길거리 음악가도 만날 수 있다. 기념품이 될 만한 수공예품을 들고 나온 이들도 있다. 시간을 잘 맞춰 가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채소와 과일 교실에도 참여할 수 있다. 넓은 무료 주차장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공원까지 있어 가족 나들이를 하기에는 그만이다.


인근에서 직접 농사지은 것만 가지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계절마다 살 수 있는 게 다르다. 사과는 8월부터, 방울토마토는 7월부터 나온다. 일반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는 1년 내내 진열대를 차지하는 블루베리는 5월 중순부터 두 달 정도만, 감자는 6월 중순부터 한 달 반 정도만 파머스 마켓에서 볼 수 있다. 파머스 마켓 과일과 채소가 그로서리 스토어의 제품보다 결코 싼 것은 아니다. (다만 상자째 대량으로 산다면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두세 집 함께 장을 보러 가는 게 유리하다. 가격 흥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유기농 제철 과일과 채소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건강한 생활을 추구하는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5) 핀리 골프 코스에서 라운딩하기

 

미국의 골프 인구는 2014년 기준으로 2,470만 명(전미 골프재단(National Golf Foundation) 통계)에 달한다. 타이거 우즈가 전성기를 누리던 때인 2003년 3,060만 명에 비교하면 20% 가까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대중화된 스포츠다.


물론 거의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조깅이나 농구, 축구 등 다른 운동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전체 골프 인구의 58%는 가계 소득이 7만 5,000달러 이상으로, 미국 가계 평균 소득보다 2만 달러 정도 높다. 또 18홀을 도는 동안 4시간 내지 5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없다면 즐기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은퇴한 중산층의 스포츠로 점점 인식돼 가고 있다. 골프 채널의 광고를 봐도 중년 이상, 주로 노년층이 등장하는 골프 클럽 광고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넓은 잔디밭에서 시원하게 티샷을 하는 모습을 꿈꾸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동부에는 사계절 골프의 북방 한계선이 있다. 눈이 심하게 내리는 한겨울 며칠을 제외하고 1년 12달 골프를 할 수 있는 최북단을 말한다. 누구는 워싱턴DC 근방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따뜻한 노스캐롤라이나를 말하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도 허리케인이 올 때만 제외하고 1년 내내 골프가 가능하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연수를 올 때 채플힐을 택할 때 골프를 사계절 동안 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는 이들도 많다. 무엇이든 한국에서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을 미국에서 적은 비용으로 마음껏 하다 가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해서인 듯하다. 한국에서는 골프 라운딩을 한 번 나가려면 그린피에 캐디피, 카트 이용료, 식사비용을 합쳐 1인당 30만원은 족히 든다. 돈 잘 버는 전문직도 매주 치기엔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웬만한 골프장 회원이 되면 가입비 없이 한 달에 우리 돈 10만 원대 회비만으로 골프를 할 수 있는 만큼 칠 수 있다. 


한국에서 골프가 아직 귀족 스포츠로 인식된 탓에 연수를 와서 골프장을 다니는 게 일부에게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영이나 테니스, 조깅보다는 비용이 더 들기는 하지만 한국의 몇십 분의 1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서울 시내의 괜찮은 헬스클럽에 다니는 비용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골프 라운딩에 시간이 많이 들지만, 자신의 본분을 제쳐두고 골프에만 미친 사람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이곳에서 골프는 말 그대로 운동이다. 전동카트를 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의 골프백을 직접 들고 다닌다. 18홀을 다 돌다 보면 1만 2,000보 정도 걷게 된다. 캐디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고 밥은 집에서 가져온 과자나 초콜릿바, 샌드위치 등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부대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UNC채플힐은 채플힐에 핀리(Finley)라는 이름의 골프 코스를 운영한다. 18홀 파 72, 거리 7,220야드 규모다. 한국의 스카이72 오션코스(7,275야드) 정도 길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부동산 값이 상대적으로 싼 미국답게 페어웨이 폭은 한국 골프장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다. 사업가 A. E. Finley라는 이가 1949년 건립했으며 1980년 클럽하우스를, 1999년 코스를 리모델링했다. 코스는 평탄하고 그린 스피드도 그리 빠르지 않지만 착시를 일으키는 곳이 많아 ‘챌린저블(Challengeable)’한 골프장으로 꼽힌다.


핀리는 UNC채플힐에 방문연구원으로 오는 이들이 많이 회원 가입을 한다. 18홀 1번 라운딩에 평일(월요일부터 목요일) 일반인은 53달러, UNC 학생은 35달러, 교직원이나 방문연구원은 45달러를 내야 하는데, 연간 회원으로 등록하면 방문 연구원의 경우 한 달에 138달러만 내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얼마든지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 비용이 한국 퍼블릭 골프장의 평일 라운딩 비용에도 못 미친다. 가족이 함께 친다면 추가로 한 달에 100달러를 내면 된다. 싼 맛에 한국에서 골프를 치지 않던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다.


UNC채플힐과 함께 ‘리서치 트라이앵글’을 구성하는 학교인 듀크대와 NCSU(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는 모두 골프장을 갖고 있다. 모두 프라이빗 골프장만큼 관리가 잘 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밖에 골프장 예약 앱을 이용하면 카트비까지 포함해 한 번 라운딩에 적게는 10달러에서 20달러만 내면 되는 골프 코스가 채플힐 주변엔 널려 있다. 물론 가격이 더 싼 만큼 코스 관리가 부실한 것은 감수해야 한다.


굳이 골프를 치지 않더라도 골프장 코스에서 산책을 하기도 한다. 골프장에서는 라운딩을 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출입을 제한한다고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막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핀리 골프장의 경우 아침이면 남,여 학생들이 가벼운 복장으로 조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족이 모두 골프를 하지 않더라도 함께 골프장에 나가 야외 활동을 하는 것도 재미다. 골프 전동카트를 빌려 라운딩을 하는 아빠를 따라다니면서 집에서 싸 온 음료수와 치킨, 샌드위치를 먹기도 한다. 굳이 지인들과 따로 약속을 잡지 않고 혼자 나가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다른 팀에 합류해 라운딩 할 수 있다. UNC채플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한 교수들이나 이곳에 여행 온 외지인들과 즉석 라운딩을 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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